원래 계획은 올로모오츠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프라하로 가려고 했는데 올로모오츠는 어제 충분히 다 돌아본 것 같아서 아침에 올로모오츠에서 모라비야 지방의 최대 도시이자 체코 제2의 도시인 브르노를 들러 잠시 둘러본 후 프라하로 가기로 계획을 급하게 수정해서 브르노 여행은 정말 아무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하는 해외에서의 첫 여행이 되었다.

브르노에 도착하여 먼저 브르노 시청으로 갔다. 브르노에는 곳곳에 악어를 형상화한 것이 보이는데, 악어를 본 적이 없는 브르노 시민들이 악어를 용이라고 생각하고 브르노 드래곤이라 불렸다고 한다. 브르노 시청 입구에도 악어가 한 마리 매달려 있었고, 아기들이 용을 들고 시청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귀여웠다.
시청벽의 조각품 끝이 구부러져 있는 것은 작가가 약속한 대가를 받지 못해서라고 한다.




천문시계와 마리아 칼럼 등이 있는 브르노의 가장 중심가인 자유광장으로 갔다. 자유광장에 있는 우주선 모양의 천문시계에는 4개의 구멍이 있는데 매일 11시에 4개의 구멍 중 한 개의 구멍에서 구슬이 나온다고 하는데 오늘은 구슬이 나오는 소리만 났고 실제로는 구슬이 나오지 않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구슬을 찾기 위해 구멍 안을 들여다 보는 등 번잡을 떠는 모습이 보였다.

자유광장에 있는 마리아 프라하 칼럼은 오로모오츠에 있는 마리아 칼럼과 같이 흑사병 퇴치를 기념하여 세운 것이라고 한다.

슈필베르크성은 13세기 건축된 성으로 모라비아 총독의 관저와 요새로 사용되다가 합스부르그가가 브르노를 통치할 때는 감옥으로 사용되었고,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곳인데, 성 건물의 주위에는 깊은 해자가 있다.
슈필베르크성은 브르노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브르노의 관경이 한 눈에 들어오지만, 오늘도 어제처럼 날씨가 맑지 않아 만족한 풍광을 보지 못했다.





슈필베르크 성에서 내려와 성베드로와 성바울 성당으로 가다가 우연히 10-Z 벙커를 발견하고, 300코로나를 주고 관람했는데 10-Z 벙커는 원래 독일에 의해 방공호로 만들어졌다가 소련이 핵 벙커로 개조하여 관리하였고, 체코가 민주화되면서 체코군의 관리로 넘어와 2014년부터 일반에 개방된 곳이다.
약 600미터 길이의 벙커를 소련군이 관리할 당시처럼 꾸며 놓았는데, 우리나라에서 더 큰 벙커들을 경험해서 그런지 뭔가 부실하다는 느낌만 들었을 뿐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페트로프 언덕에 있는 성베드로와 성바울 성당은 고딕양식으로 건축되었고, 내부는 바로크 양식으로 매우 화려한 건물로 브르노의 랜드마크와도 같은 곳이지만 주변에 건물들 때문에 성당의 전체 모습을 한 샷에 담기가 어려웠다.
성당 입구에는 성당의 이름과 같이 천국의 열쇠를 들고 있는 베드로와 성경을 들고 있는 바울의 동상이 있다.
30년 전쟁 당시 브르노는 스웨덴군에 포위되어 있었고, 그 때 스웨덴군은 8월 15일 정오까지 브르노를 점령하지 않으며 퇴각하겠다고 했는데, 이 이야기를 들었던 시민들의 기지로 8월 15일 11시에 이 성당의 종을 12번 울렸고, 종소리를 들은 스웨덴군은 정오가 된 줄 알고 퇴각하였다고 하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 이후 지금까지 이 성당에서는 매일 11시에 12번의 타종을 한다고 한다.




성베드로와 성바울 성당을 나오면 13세기부터 양배추 시장이 열렸다는 브르노 광장으로 바로 연결되는데, 이 날도 각종 농산물을 파는 작은 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브르노 광장은 브르노 출신인 유전학의 창시자 멘델도 자주 찾았다고 하고, 광장 중앙에는 르네상스 양식의 파르나스 분수대가 있다.
브르노 광장 한 쪽에는 오로모오츠의 삼위일체 석주를 축소해 놓은 것 같은 석조 조각품이 있었는데 성령님을 상징적으로 비둘기로 표현한 것은 이해가 되었지만, 예수님 뿐 아니라 성부 하나님도 사람의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 의아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브르노에서 알려진 곳은 다 돌아다니고 버스를 타고 프라하로 돌아와서 이번 여행의 마지막 3일을 보낼 에어비엔비로 예약한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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