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과의 체코 여행

프라하 여행 (5) 올로모오츠

유명상 2024. 10. 31. 09:17

올로모우츠는 모라비아 왕국이 보헤미아 왕국이 흡수되기 전 약 700년 동안 모라비아 왕국의 수도였던 도시로 모라바강과 접해 있는데, 현재는 모라비아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라는 타이틀을 브로노에게 넘겨주었지만, 체코인이 가장 좋아하고 방문하고  싶어하는 도시라고 한다.
 
올로모우츠는 체코 카톨릭의 중심도시 중 하나로 인구는 10만명이 조금 넘는 정도이지만 인구 130만명의 프라하와 더불어 체코에서 단 두 개뿐인 대교구인 도시로 주민들의 대부분이 카톨릭 신자들이다.
 
체코에 자유여행을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올로모우츠를 방문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우리는 은진이가 팔라츠키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있기 때문에 이번 방문에서 필수 여정에 포함시킨 곳이다. 
 
팔라츠키 대학는 올로모오츠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1573년 체코에서 두 번째로 설립된 대학인데 체코 민족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역사학자이며 철학자, 정치가인 프란티셰크 팔라츠키의 이름으로 대학명을 바꾸었다. 팔라츠키 대학의 학생 수는 2만명이 넘는 큰 대학이고, 동유럽에서는 드물게 한국어학과가 있는 대학이다.

 
호르니 광장에 있는 올로모오츠 시청에도 프라하 구시청사와 마찬가지로 천문시계가 설치되어 있다. 원래는 프라하의 천문시계와 유사한 천문시계였지만, 2차 대전 후 파괴된 것을 복구하면서 공산주의 사상을 반영하여 플로레타리아 계급을 대표하는 인형으로 변경되었고, 매 시 정각에 종은 울리는 외에는 특별한 퍼포먼스는 없었다.

 
올로모오츠 시청사 옆에 있는 성삼위일체 석주는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될 정도로 예술적 아름다움을 가진 중부유럽에서 가장 큰 바로코 양식의 조각상으로 이 석주는 높이는  35미터에 이르며 1층 내부에는 작은 원형 예배당이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크다.
 
30년 전쟁 후 폐허가 된 올로모우츠을 재건축하고 있던 18세기 모라비아 지방을 강타한 흑사병을 퇴치한 기념으로 세워진 석주인데, 보헤미야가 프로이센과의 전쟁시에도 올로모우츠 시민들이 프로이센 군대에게 이 석주에는 포격을 하지 말라고 부탁할 정도로 올로모우츠 시민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기념물이다. 
 
석주의 꼭대기에는 축복하시는 하나님과 십자가를 들고 있는 예수님 그리고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로 이루어진 삼위일체상, 석주의 중앙에는 성모승천상이 부조로 조각되어 있고 7개의 계단 위에 6면으로 이루어진 1층과 2, 3층에는 사도들과 성인들의 조각상 등의 종교적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석주의 규모에 맞게 각 조각상들의 크기도 실제 사람보다 더 크다고 한다.
 
또한 이 석주의 봉헌식에는 당시 합스부르크 가문의 통치자인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가 참석하였을 정도로 이 석주는 건축 당시에도 중요한 정치적, 종교적 상징이었다.
 
그렇지만 올로모오츠에서 가장 중요한 볼거리인 성삼위일체 석주는 수리 중으로 얇은 막으로 덮여 있어 밖에서는 웅장한 모습만 볼 수 있었을 뿐 석주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없어 아쉬웠다.

 
호르니 광장에서 이어진 도르니 광장으로 가서 14세기 유럽에서 창궐했던 흑사병이 종료됨을 기념하여 만든 마리아 칼럼을 보았다. 마리아칼럼은 성삼위일체 석주에 비하면 규모가 많이 차이가 났는데 나선형 기둥 꼭대기에 마리아상이 있고, 중앙에 전염병의 수호자인 베드로 동상이 있는데 나머지 동상들은 후원자들의 동상이라고 한다. 

 
이어서 유럽 전체에서도 규모가 상당한 파이프 오르간으로 유명한 성모리츠 성당의 전망대를 걸어 올라가 올로모오츠의 전경을 보았는데 날씨가 좋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오로모오츠가 카톨릭의 중심 도시답게 성바츨라프 성당으로 가는 길에는 성미카엘 성당, 성요한 성당 등과 대주교의 궁전 등 카톨릭 관련 건축물들이 많이 있었다. 올로모오츠를 건축 박물관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해가 될 정도로 다양한 건물들을 볼 수 있었다. 

 
올로모오츠는 간선도로를 제외하면 중앙선도 없고, 트램과 자동차가 같은 길을 다니며 심지어 광장에도 차가 들어오는 등 차로와 인도의 구분이 없는데도 사고 없이 원활한 교통이 유지되는 것이 신기했다.

 
성바츨라프 대성당은 1131년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축되었다가 화재로 소실되었고, 이 후 두 개의 첨탑과 전면에 3개의 아치 형태의 모양을 가진 고딕양식 건물로 재건축된 올로모우츠를 대표하는 건물로 1141년부터 주교좌 성당이 되었고, 올로모우츠가 대교구로 확대된 이후 대주교좌 성당으로 이 지역 카톨릭 신앙의 중심이 되는 성당인데 역시 웅장한 규모가 주위의 다른 성당들을 압도했다.

 
올로모오츠는 30년 전쟁 끝나고 도시 재건 과정에서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바로코 양식의 6개의 분수가 도시 곳곳에 있어 분수의 도시라고 불리기도 한다.
 
왼손에 올로모우츠의 상징인 독수리 방패를 가지고 있는 1688년 완공된 헤라클레스 분수

 
올로모오츠 최초의 식수원으로 1683년 올로모우츠에 최초로 세워진 삼지창을 휘두르는 모습의 그리이스 신화에서 포세이돈이라 불리는 넵튠 분수

 
올로모우츠를 발견했다는 카이사르를 기념하기 위한 카이사르 분수

 
1707년 준공된 모라비안 바로코 양식이라는 주피터 분수

 
그리이스 신화의 반인반어인 트리톤과 돌고래가 조개를 들고 있는 트리톤 분수

 
올로모오츠 분수 중 가장 아름답다고 칭해지는 그리이스로마 신화의 상업과 교역의 신, 전령의 신인 메르쿠리우스 또는 헤르메스를 의미하는 머큐리 분수

 
고린도 출신 부자인 아리온의 아름다운 노래에 감동한 돌고래가 아리온의 재산을 노리고 아리온을 바다에 던진 사람들로부터 아리온을 건져주었다는 아리온 전설에 따라 만들어진 아리온 분수도 보았는데 역시 최근에 만들어진 분수여서 그런지 다른 분수들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올로모오츠에서 유명하다는 호텔 근처의 식당에서 푸짐하게 저녁을 먹었으나 프라하에 비하여 가격은 저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