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단상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이 대세가 되고 있다. 그렇지만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를 소수자의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여 이를 인정하는 것은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징병제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안보 환경에서 소위 말하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다른 국민들이 목숨을 걸고 이행하는 병역의무의 혜택은 누리고 있으면서 자신은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그 의무를 회피하는 것을 양심의 자유를 근거로 인정할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징병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국민 모두는 다른 사람의 병역의무 이행부터 엄청난 혜택을 받고 있다. 그 혜택은 스스로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할 방법도 없다.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그 혜택을 모두 누리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사람은 자신이 일정한 이익을 포기하는 대가로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의무의 면제를 주장할 수 있다. 이런 권리의무 관계가 우리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익 포기를 전제로 한 의무 면제에는 자신이 포기하지 못하는 이익에 따르는 의무를 반드시 이행하여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대체복무가 병역의무의 혜택을 누리는 댓가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대체복무는 다른 사람의 목숨을 건 병역의무 이행으로 누리는 이익, 즉 생명과 재산을 보호 받는 이익을 위한 댓가가 될 수는  없다.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병역의무의 완전한 면제를 주장할 명분이 없기 때문에 자신들의 신념에 따른 목적 달성을 위해 불가피하게 받아들이는 수단일 뿐이다. 

소위 말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은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한다. 그리고 군대에 입대하여 군사훈련, 즉 다른 사람을 살상하는 훈련 받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렇지만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자신들만 평화를 사랑하고, 군사훈련을 싫어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정말 싫어하는 군사훈련이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지만, 소위 말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것은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물론 모든 국민이 병역의무 이행의 혜택을 누린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병역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타인의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면 법률에 의하여 정당하게 부과된 병역의무를 개인적 신념에 따라 거부하여서는 안된다.

양심의 자유가 절대적 자유라고 하지만 양심 또는 신념이 행동으로 표현되면 양심이나 신념에 따른 행동은 헌법과 여러 법규에 따른 규제를 받을 수 밖에는 없다. 모든 사람이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자유롭게 생활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국가나 사회는 어쩌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장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납세의 의무도 병역의무와 마찬가지이다. 다른 사람의 납세의무 이행으로 확보되는 국가라는 시스템의 혜택을 받으면서 국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양심에 따라 납세의 의무를 지지 않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까. 설사 자신이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돈의 몇 배를 자선단체 등에 기부한다고 하더라도...